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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자는 그녀, 정명화를 만나다.(이찬희기자)

작성자 : 지역경제과 이난향
등록일 : 2024-12-19 16:32
조회수 : 256

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자는 그녀, 정명화를 만나다.

그녀를 처음 본 건 코로나 중 Zoom으로 진행된 서대문구 ‘2022년 ‘도시정원의 키친가드너 양성 기초과정’에서였다. 온라인을 통해 듣는 수업이라 화면을 통해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2023년, 맛있는 생태정원 위뜰에서 진행된 ‘도시정원의 키친가드너 양성 심화과정’에서 직접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를 보면서 목 긴 기린을 생각했다. 땅에 발 디디고 있지만 시선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꼿꼿한 자세의 기린. 그녀가 바라보는 지평선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일지 가끔 궁금했다.

수업 중에도 간간히 눈이 갔지만 제대로 이야기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바빴다. 직장 다니며 ‘도시정원의 키친가드너 양성 심화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녹녹치 않아서 관심이 가는 곳, 시선이 가는 사람에게 내어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수업을 마치고 한 참이 지난 후, 인터뷰를 핑계로 그녀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개)이 탈이나 동물병원을 계속 다니고, 링거를 맞춰야 하는 바쁜 상황이었음에도 그녀는 내게 선뜻 황금같은 시간을 내어주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인터뷰를 핑계로 던진, 당황스러웠을 질문에도 그녀는 당황스러워하지 않았다. 그저 웃음을 삼키며 담담히 자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글쎄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동안은 사고의 유연성을 중요시하며 살아왔어요. 유연성은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존중감’을 갖게 해 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최근에 발효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발효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다양한 미생물의 작용이 참 놀라워요. 수없이 많은 미생물이 일으키는 변화가 놀랍다고 해야하나요? 어쨌든 그동안 이론으로 머리로만 알았던 것들을 차근차근 배워가는 중이고, 그러면서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며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며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개해 주세요.

▷‘도시정원의 키친가드너 양성’ 과정 참여도 자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신건가요? 그 과정은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셨나요?

▶서대문구로 이사한지 한 3년 됐어요. 아이들 어릴적엔 시애틀에서 잠시 살았고, 한국에 와서는 엄마가 있는 송파구에 살다가, 농촌에서 살아보고 싶어 아들 둘 데리고 양평에서 좀 살았습니다. 지내는 동안 실습과 놀이가 많은 혁신학교에 입학한 초등학생 둘째는 너무 행복해 했고, 또래 아이들과 놀이문화가 없어서 중학생인 첫째는 조금 심드렁 해 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약간의 텃밭을 가꾸었고, 관심이 생겼어요. 서울로 다시 올 때 이리저리 알아보다 서대문구를 선택했는데 정말 이사를 잘 한 것 같아요. 서대문구에는 구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다양한 프로그램(푸드플랜아카데미, 전통장 담그기, 생산지 체험활동, 환경강좌 등)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다 ‘도시정원의 키친가드너 양성’ 과정에도 참여하게 된 거지요. 구청 주최로 파머컬쳐 수업을 한다는게 제게는 신선했습니다. 농사뿐아니라 식물과 화초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자연을 이해하는 데, 자연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외국사례들이 종종 인용되고 그랬는데, 시애틀은 어땠어요? 도시농업이나 파머컬쳐 같은 것들요.

▶제가 살았던 시애틀에서는 녹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살고 있는 주민 몇몇이 모여 자투리 공간을 가꾼다고 하면 지원을 해 줍니다. 기본적인 것들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자투리 텃밭, 화분 모종 등) 나머지는 주민들이 공동체로 움직이며 관리합니다. 기본적인 조성 외에 정부나 지자체가 관여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주민들이 느슨한 공동체로 모여 그런 것들을 해 나갈 수 있는 거지요.

▷서대문구에서 여러 수업을 듣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다양한 활동들도 경험했을텐데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나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 있는지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같은 것에 관심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할 거리, 일거리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왜냐하면 만남의 의미나 공동체 인식은 그러한 할 거리와 공통 분모를 기반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아직 공동체를 구성하겠다 그런 생각은 못하고 있어요. 누군가 느슨한 공동체를 만든다면 함께 할 생각은 있습니다.

▷느슨한 공동체는 어떠한 공동체일까요?

▶ 가급적 책임감은 적고, 자율적이면서 따로 또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 파머컬쳐 끝나고 가드너에도 관심이 생겨서 마포의 가드너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곳이 약간 그래요. 리더가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각자 일하면서 느슨하게 모여 마을정원을 가꾸는 그런... 아마 젊은 세대들의 사고나 삶의 방식도 이런 느스한 공동체가 맞을 듯 싶습니다.

▷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나요?

▶ 늘 관계 정리를 생각하며 인간관계를 유지해 왔었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대문구에서 활동하며 목적 의식적인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함께 할 구체적인 일(노동)이 있을 때 공동체가 구성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또, 생태계를 통해 다양성의 존중을 배우게 되었고, 가꾸고, 기르는 작업(농사, 화초, 식물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관계를 볼 수 있는 지혜도 배우게 되었어요. 이러한 배움들을 통해 통섭의 과정을 가지고 싶고, 그것들을 나누고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여 준다면?

▶ 서대문구의 파머컬쳐 수업은 새로운 접근법이었고, 제겐 너무 신선했습니다. 파머컬쳐는 숲을 가꾸는, 장기적인 시간과 노력으로 계획을 세우며 진행해 가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3-4년은 황폐하고 삭막하고 무질서한 땅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겁니다. 그럴 때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이 서로의 거리를 지키며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자’고.

짧은 시간 나누었던 이야기를 정리하며 총총총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가 바라보던 저 지평선 너머에는 그녀가 가꾼 푸른초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곳엔 필시 정명화 꽃이 활짝 피어있을 것이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 '나 하나 꽃피워'